꼬마 야웅군과 아버지....
처음 야웅군이 집에 왔을때 아버지는 그렇게 달가워 하지 않았다. 또한 내가 동물을 데려온것에 꽤 당황스러워 하셨다. 야웅군은 천성적으로 사람을 좀 좋아했다. 집에오자마자 성큼 성큼 걸어가 아버지에게 부비부비 신공을 펼쳤으나 아버지는 발로 꼬마 야웅군을 밀어버렸다. 수술후 계속 집에만 계셨고 거동이 불편해 내가 일 때문에 집을 비우면 아버지와 꼬마야웅군만 집에 있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느날 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야웅군을 아주 귀여워하게 되버렸다.
야웅군을 처음 밖으로 데려나가 산책한건 아버지다. 항암치료를 받고 계셨던지라 가끔 집앞 공원에서 햇빛을 쬐고 병원에 가는 일이 전부였든지라 언제부터인가 야웅군은 아버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아버지에게 안겨 공원에 나가게 되었다.
또한 낚시대를 개조해 장난감도 만들어주고 공도 던져주면서 내가 없는 시간은 야웅군과 아버지의 사이는 처음과는 달리 아주 좋아져 아버지는 어느날부터 우리막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머 내겐 나쁘지 않았다.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았든 내겐 야웅군과 늦은시간 귀가해 야밤에 놀아줄만한 여력은 없었기에....
어느날 내 오디오 스피커를 뜯어놔 나한테 혼나고 있을때 아버지는 '말못하는 짐승이 모르고 한건데 그냥 니가 이해해라'고 이야기 했을정도니 어릴때 야웅군이 장난이 심하게 된건 아버지의 영향이 큰편이다. 항상 '우리 웅이냐' 하면서 물건을 부숴놔도 그냥 '허허'하시면서 넘어가셨다. 베란다의 화초를 모두 망쳤을때도 그랬고....
위 사진은 야웅군이 10개월쯤 지났을때의 아마 내 아버지가 기억하는 마지막 야웅군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암이 재발하고 건강이 다시 많이 악화되면서 병원으로 재입원 그뒤 아버지는 야웅군과 그리고 세상에게 1년 조금 지난뒤 작별인사를 했다.
어느날 아침 병원에서 급작스럽게 걸려온 아침전화에 상주였든 내가 3일간 집을 비우고 오니 집밖에서 부터 야웅군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 아저씨가 고양이 울음소리때문에 신고하고 싶었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 꽤 심하게 울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상을 치르느라 정신이 없어 상을 치르는동안 야웅군에게 밥을 주지않고 나가버려 상을 치르는내내 집에서 혼자 밥을 굶고 있었든 것이다. 아마 하루치의 물과 밥은 그릇에 있었을테고 그 뒤로는 죽 굶지않았나 싶다.
식구들도 고양이에게 신경쓸 정신이 없었고 상을 치르는내내 집은 비워져있었으니....
장지까지 갔다온 마지막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울음을 멈추고 내게 뛰어와 발아래에서 발라당을 한다. 그때서야 계속 밥을 굶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일단 밥이랑 물부터 챙겨줬다. 헌데 야웅군은 잘 울지 않는 조용한 고양이에 속한다. 옆집에서도 우리집에 고양이가 있다는걸 잘 몰랐으니... 배가 고파도 2일동안내내 그렇게 울었을까 ?
그냥 혼자 편하게 생각해본다. 야웅군도 아버지가 떠난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혼자만의 작별인사였는지도...
쥐돌이가 너덜너덜 해지면 새로운 쥐돌이를 달아주고 지금은 내가 곰인형을 달아서 야웅군과 놀아준다.
어쨌든 꼬마 야웅군은 내 아버지에게만은 무얼해도 무한한 사랑을 받았고 제대로 왕대접을 받았다.
그 덕에 버릇이 나빠지긴 했지만 지금은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을 무지 탐내는 못된 고양이로 어머니에게 대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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