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고양이란 동물과 20년간 동거하게 알게 된 사실들이라고 할까?
첫 번째 고양이 야웅군은 나와 함께 15년을 살다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두 번째 고양이 일월은 현재 5년째 함께 동거 중이다.
사실 20년 전 고양이를 처음 입양 했을 때 반응은 그 시절에는 왜 개를 안 키우고 고양이를 키우는지 다들 물어볼 정도로 반려동물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뭐랄까 좋았던 것은 아니다. 당시 고양이를 봐주는 동물 병원도 동네에 없어서 차를 몰고 40분을 가야 하는 동물 병원에 갔었다.
어쨌든 당시 대부분 주변인들한테 들은 이야기는 왜 개가 아닌 주인도 몰라보는 고양이를 키우냐였다.
사실 고양이를 아깽이라 부르는 위 사진 때의 모습은 그렇게 길지 않다. 본인도 저 작은 모습에 반해 입양하게 됐지만 지금 기억해 보면 아주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가니 아기 때 사진은 많이 남겨두면 좋다.
고양이는 잠을 정말 많이 자는 동물이다.
고양이는 진짜 많은 잠을 잔다. 처음 입양하고 너무 잠을 많이 자서 아픈 게 아닌가 싶어 두어 번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고양이를 처음 키울 때 기억은 정말 하루종일 자고 있었다.
그러다 일어나서 먹고 마시고 장난감을 던져주면 잠깐 놀다가 또 잠들었다.
내가 지난 20여 년간 사진을 찍으며 새로운 카메라나 렌즈를 구입할 때마다 테스트로 집에서 고양이를 많이 촬영했는데 가장 많이 사진에 담긴 모습은 잠자고 있을 때다.
그리고 잠자고 있을 때 사진 찍기가 사실 제일 편한 동물이기도 하다. 잠만 자고 게을러 보이지만 한 번씩 움직일 때 보면 카메라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정말 빠르다.
고양이는 잠잘때나 움직일때 참 느긋하게 걷는듯 하지만 장난칠때 보면 엄청난 점프력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고양이가 잠을 많이 자는 건 나쁜 게 아니고 건강하다는 증거다 잠을 많이 자고 잘 먹고 잘 싸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0년간 고양이와 동거하며 느낀 거지만 제일 안 좋은 순간은 고양이가 아무것도 먹지 않을 때다. 참고로 야웅군은 나와 15년이 지난 어느 날 벚꽃이 필 무렵 갑자기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병원으로 가고 수액만 맞다가 사흘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고양이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그때 정말 잘 관찰해야 하고 빨리 병원으로 가라.
고양이는 털은 빠지는 게 아니라 뿜어낸다.
고양이와 동거하며 느낀 거지만 고양이는 털이 빠지는 게 아니라 그냥 뿜어낸다.
그것도 쉬지 않고 매일 뿜어내고 털갈이가 있는 환절기는 더 심하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고양이와 동거를 권하지 않는다.
이 경우는 사람도 힘들고 털 알레르기 때문에 가까이 오는 것을 꺼려하게 되면 고양이도 힘들다.
함께 사는 순간부터 내가 쓰는 모든 물건에 고양이 털이 붙어있다. 고양이가 전혀 출입을 못하는 방이 있는데도 거기서 어쨌든 고양이 털이 나온다. 나중에 이러다 내가 헤어볼을 토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다.
고양이 털은 처음에 굉장히 스트레스였는데 한 20년 같이 살다 보니 이제는 음식에 고양이 털이 붙어 있으면 털어내고 아무렇지 않게 그냥 먹을 정도로 담담해졌다.
참고로 덩치가 큰 고양이나 작은 고양이나 털을 뿜어내는 건 똑같다고 생각한다. 여러번 고양이를 탁묘도 하고 임시보호도 해봤는데 작은 고양이라고 털이 덜 뿜어내는 건 아니었다.
고양이가 털을 어느 정도로 뿜어내는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데 해외에 어떤 작가는 동거하는 고양이 털로 만드는 공예품으로 책까지 출판한 적이 있다.
혹시나 당신이 이런 털 공예에 흥미가 있다면 고양이 털로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외출과 목욕은 극도로 싫어해.
대부분의 고양이가 외출과 물은 싫어한다. 단 늘 그렇듯 모든 일에는 1%의 예외는 있다.
고양이의 외출에 대해서는 내가 처음 고양이를 입양했을 때 고양이도 개처럼 목줄을 차고 산책을 할 수 있는 동물로 착각한 나머지 야웅군을 처음 입양하고 하네스를 채우고 밖으로 데려갔는데 의외로 고양이가 좋아해서 주기적으로 야웅군의 경우 산책을 했다.
초보 집사의 실수가 우습지만 외출 고양이를 만들었다.
중성화를 늦게 했던 것과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어쨌든 내 첫 번째 고양이 야웅군의 경우 다른 집으로 탁묘를 가도 딱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좀 없었던 편이기도 하다.
단 이런 확률은 극히 드물고 1%도 안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고양이는 물과 산책을 싫어한다. 그러니 억지로 데리고 나가지 말자.
일월의 경우는 집 현관 앞 계단까지만 가도 집으로 뛰어들어올 정도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데 야웅군의 경우는 아주 특이한 예외적인 경우고 대부분의 집고양이는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참고로 본인의 고양이가 호기심이 아주 강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다면 문을 열 때 항상 주의하자.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빠져나가거나 창문의 방충망을 뜯고 나가는 경우가 있다. 야웅군의 경우 15년을 함께 살며 딱 두 번 그렇게 탈출했는데 전단지를 붙이고 돌아다니다 한 번은 동네에서 발견하고 한번은 스스로 이틀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보호한 고양이나 탁묘 한 고양이중 목욕을 좋아했던 고양이는 없다. 고양이를 씻기는 일은 연중행사로 전쟁과 같다.
내 경우 털갈이를 하는 환절기에 한 번씩 하는데 일 년에 3~4번 정도다.
두 번째 고양이 일월은 목욕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목욕탕에 들어가 물을 몸에 뿌리면 호랑이로 변해서 대성통곡을 하며 공격을 한다.
일월을 목욕 시키는건 내게 뭐랄까 출전을 하는 기분으로 피를 볼지도 모른다는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한다.
고양이 소리가 이렇게 크게 울리기도 하는구나를 이때 처음 알았다. 그래서 일월은 지금까지 목욕탕에서 찍은 사진이 없고 나도 같이 그냥 목욕을 하게 된다.
참고로 목욕을 안 해도 고양이는 냄새가 안 나는데 털갈이를 할 때 목욕과 함께 빗질을 해주면 털이 덜 빠져서 일 년에 2번 정도 목욕은 한다.
그리고 고양이 몸에서 좋지않은 냄새가 난다면 보통 고양이가 설사를 하거나 아픈 경우가 많다.
내가 처음 고양이를 데려온 2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정말 많이 변했고 고양이와 동거하는 사람이 참 많이 늘어났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태어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평생의 과정을 한번 겪어보니 고양이란 동물은 입양해서 키운다기보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그냥 함께 사는 느낌이다.
개든 고양이든 동물을 입양하는건 무척 쉬운 일이다. 어떻게 보면 함께 사는 건 쉽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뭘까 생각해 보면 늙어가는 내 고양이를 보며 끝까지 함께 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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