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양이의 정기검진을 받는 날이라 조금 분주하게 시작한 하루다.
일단 고양이 집사들은 모두 알겠지만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아주 싫어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기적으로 방문을 하고 있지만 일월을 부르며 고양이 캐리어를 꺼내는 순간 고양이는 더 이상 내 눈에 띄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주 평화롭게 아래 사진처럼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진다.
고양이가 알아듣는 단어가 몇 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병원이다. 병원 소리가 들리니 바닥에 누워있던 고양이의 동공이 커다랗게 변한다.
그리고 캐리어를 찾아서 거실로 오니 조금 전까지 저러고 누워있던 고양이가 사라졌다.
베란다 캣타워 뒤쪽에 숨어있던 고양이를 붙잡아 캐리어에 넣고 마치 부모를 잃은 듯 대성통곡하고 있는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다.
평소에 잘 울지않기 때문에 이럴 때 고음을 내는 일월을 보면 다음 생애는 사람으로 태어나 멋진 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병원에 오면 다시 조용해지고 주변 경계를 시작한다. 캐리어 문을 열었지만 나올 생각은 없다.
이곳에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장판파를 지키는 장비의 의지처럼 구석에 박혀서 나올 생각은 없다.
지금 병원에서 보여주는 저 동그랗게 커진 일월 눈동자의 동공은 공포, 화남, 분노, 집사에 대한 원망까지 온갖 감정이 뒤섞여있다.
간호사 선생님이 담요를 가져오면 캐리어를 분해하고 일월을 담요로 감싼다.
고양이의 발톱은 상당히 날카로운 무기라 진료도중 고양이가 발톱을 세우고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양이를 담요로 묶는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쨌든 무게를 재고 담요로 둘둘 싸매고 얼굴만 나오게 만든다.
일월과 같은 스코티쉬폴드종의 특성상 귀가 늘 접혀있어서 일월은 병원에서 늘 귀 청소를 한다.
오늘도 얌전히(?) 귀 청소를 끝내고 이제 집으로 귀가할때면 고양이는 아주 조용해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월은 병원에 다녀오면 늘 간식을 하나 먹고 바로 잠이 든다.
병원에 가는것 자체가 일월에게 아주 스트레스를 받고 피곤한 일인듯하다.
솜뭉치 같은 발 그리고 발바닥에 보이는 저 분홍빛 젤리는 늘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멜팅포인트다.
한 번씩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만져보면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촉감과 따뜻한 느낌은 집사를 기분 좋게 만드는데 단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나온다.
일월의 병원 방문은 정기적으로 치루는 행사지만 매번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가 끝날 때까지는 분노를 느낄 수 있지만 집으로 귀가하면 다시 평화의 상태가 된다.
이제는 병원도 익숙해질것 같은데 매번 병원 가는 일은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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