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1월 1일 식구가 하나 늘면서 고양이가 두마리가 되었다.
계획에 없던 급작스런 입양이라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지만 지난 14년간 내 늙은 고양이 한마리와 동거를 했기에 어떻게 보면 내가 고양이 하나를 더 키우는데 무리는 없었다. 지난 14년간 고양이란 동물의 행동양식, 습성도 잘 알고 있었고 몇 번의 병간호 죽을고비도 두번이나 넘겼으니 사실 난 고양이란 동물에 대해 지난 14년 학습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한다.
내 늙은 고양이 야웅군.
야웅군은 어떻게 보면 우리집 식구 다음으로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동거한 동물이다. 14년째 함께 거주하고 있으며 서로의 생활에 지금 터치 안한다고 할까? 난 밥을 주고 가끔 놀아주고 화장실 정리만 해준다.
사실 잦은 여행겸 출장 탓에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 아마 나보다 이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친구이기도 하다.
그래도 고양이중에서 드문 산책냥으로 2012년 3번의 수술전까지 외출도 자주 했지만 지금은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가끔 아파트 계단으로 마실을 나가긴해도 이제 몸줄을 차고 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수술후 몸을 잘 회복해서 병원에서 예상 했던것 보다 더 잘 버티고 있다.
고양이는 잠이 많은 동물인데 나이가 들수록 잠자는 시간이 늘어난다. 지금은 하루에 18시간 정도 잠만 자는듯하다.
야웅군은 양쪽 신장 모두 결석이 있으며 신부전증도 앓고 있지만 여전히 나이든 애기 같다고 할까?
한번씩 나한테 달려와 하는 행동은 어린 고양이의 행동 그대로다.
세상에 나온지 4주차때 처음 만났고 100일이 지나 입양했다. 14년전 고양이를 처음 데려왔을때 다들 왜 고양이를 키우는지 물었다.
당시만 해도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흔히 요물 그리고 밤에 울음 소리는 무섭고 짜증 난다는 사람이 많았으니 사실 야웅군은 내가 처음 키워보는 첫고양이다. 무슨 이유로 내가 입양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쩌다보니 입양을 하게 됐던것 같다.
야웅군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신장 문제로 검진을 하고 있다. 다행이라고 할까? 야웅군의 신장은 수술이후 아직까지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았다.
1월 1일에 식구가 된 내 어린 고양이 일월.
매년 1월 1일이면 보통 사람들은 해돋이를 보러 가거나 한해의 계획을 세우며 식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그렇게 새해 첫날을 보내는 것 같은데 나는 계획에 없던 고양이를 한마리를 데려오게 됐다. 왠지 내가 입양을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데려오게 되었다.
일월은 2017년 10월 5일생으로 이제 막 3개월이 지났다. 스코티쉬 폴드에 오드아이다. 특이하게 부모는 오드아이가 없었는데 3남매중 혼자 오드아이로 나왔다. 3남매를 모두 키우고 계시던 분이 병원에 들어가게 되어 급하게 분양을 하며 업자들이 암컷만 데려가니까 암컷은 내가 데려가면 정말 좋을것 같다고 해서 일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럴게요' 해버렸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데려가야 한다는 느낌이 왔다.
3개월치고는 덩치도 작고 형제부모와 처음 헤어져 낯선 곳에 왔으니 첫날은 숨기 바빴다. 손만 뻗어도 하악질에 야웅군이 다가가면 놀라서 뛰고 그냥 혼자 내버려두니 하루반만에 밥도 챙겨먹고 화장실도 쓰면서 집에 익숙해졌다.
첫날 이동장에 넣고 차를 타고 1시간 반을 달려 집에 오자마자 구석에 숨어서 울기만 하더니 둘째날 부터 집안 구석구석 탐험하기 시작했다. 제일 걱정했던 부분은 집주인 야웅군이 싫어하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도 야웅군은 어린 고양이를 잘 안아주었다.
그리고 집주인 야웅군과 서열다툼이 시작했다.
0살과 14살이 정초부터 눈앞에서 밥그릇 엎어버리고 싸우는 꼴을 보니 속이 시끄러웠지만 어차피 어린 고양이는 야웅군의 상대가 안된다.
서열 1위 야웅군, 서열 2위 일월로 곧바로 정리됐다. 사람 나이로 치면 70살과 5살 정도의 애가 싸운셈이다. 참고로 인간 집사는 서열 자체가 없다. 집사는 그냥 화장실 치워주고 사료 부어주고 캔만 따주면 된다. 고양이 입장에서 집사는 캔따개 정도다.
지금도 일월은 야웅군에게 가끔 하악질 하지만 야웅군은 일월을 아주 살갑게 대한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귀여워하는 느낌이랄까?
오드아이는 행운의 가져 온다고 하는 서양의 미신이 있으니 어쩌면 올해 운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손만 뻗어도 놀라더니 이제 내 무릎위에도 잘 올라온다.
내 늙은 고양이 야웅군과 어린 고양이 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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