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사람과 고양이 각자의 자리가 정해진다.
고양이는 영역 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보니 집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정해둔다.
겨울이면 가장 따뜻한 자리 여름이면 가장 시원한 곳이 고양이의 영역이 된다.
지금처럼 뼛속까지 얼어붙을 거 같은 겨울은 늘 전기장판이 켜져 있는 침대 위가 야웅군의 자리가 된다.
한가운데서 전기장판의 열기를 느끼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는 계절이 되면 그제야 야웅군은 침대에서 물러난다.
너저분한 내 책상 위 야웅군의 자리는 책상의 가장 끝이다.
지금은 저 책상이 없어져 야웅군도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고양이가 사람을 길들인다고 해야 하나 처음에 저기 올라왔을 땐 고양이 털이 책상 위에 날리고 내 물건에 붙는 게 싫어서 여기저기 물건을 놓았는데 기어코 올라와서 물건을 떨어뜨리고 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습관적으로 나는 책상 끝에 늘 물건을 놓지 않게 되었다.
책상 끝 모서리는 고양이를 위한 자리가 된 셈이다.
우습지만 고양이와 영역 다툼에서 내가 진 셈이다. 그것도 내 집에서....
야웅군은 왜 저 자리를 저렇게 탐냈을까? 어쩌면 나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었던 걸까?
그러고보니 집이든 밖이든 늘 가까이 있고 싶어한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늘 보고 싶고 가까이 있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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