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하고 어느새 가을이 오기까지 집 고양이는 사냥 시즌이다.
베란다에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참새 그리고 벌레들이 야웅군의 사냥감이 된다. 특히 올 여름은 너무 더워서 방충망까지 활짝 열어둔 날이 많아서 그런지 베란다 창을 통해 날아 들어온 생명체들이 많았다.
베란다에서 고양이가 뛰어 다니는 소리가 들리면 보통 파리와 같은 날벌레가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더운 여름에 벌레를 잡아보겠다고 폴짝폴짝 정말 열심히 뛰어 다니고 의외로 잘 잡고 잡은것을 가져와 내게 상납한다.
이렇게 잡은 전리품(?) 사냥한 것들을 내게 가져와 보여주거나 내가 볼때까지 베란다에서 시끄럽게 울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을 사냥해 왔다. 베란다로 나가서 쳐다보지 않으니 기어코 방안으로 그것을 가지고 들어와 내 발 아래에 놔두고 울기 시작한다.
아직 살아서 움직이니 발로 한대 친다. 잔인한놈 ~ 다리 몇개가 떨어진걸 봐서 벌레다.
사실 고양이가 이렇게 벌레를 잡아와 나한테 보여주는게 별로 반갑지 않은데 굳이 나한테 와서 보여준다.
이게 무슨 심리인지 참 궁금 했는데 저자는 기억 안나지만 영국의 동물 심리학 책에 보니 고양이가 자신이 사냥한 전리품을 가져와 보여주는 이유는 2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 이유는
같이사는 반려인에 대한 애정이다. 집안에서 늘 같이 생활하면 좀 덜한데 나처럼 늘 밖으로 돌아다니다 저녁에만 보면 좀 더 심하다고 한다.
먹을것을 같이 나눠 먹자는 동료애로 자신이 사냥한 것들을 같이 나눠먹기 위함이며 그만큼 고양이도 사람에게 애정이 있다는 증거다.
오늘 야웅군에게 당한 벌레는 날개까지 있는 큰 바퀴벌레다. 다리는 몇 개 떨어져 나갔고 더듬이도 없다.
꿈틀거리다 야웅군에게 치명타를 맞고 죽었다. 바퀴벌레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벌레중 하나로 이것을 잡아오는게 솔직히 전혀 반갑지 않은데 야웅군은 이걸 꼭 잡아와서 보여준다.
고양이가 사냥한 새나 벌레를 가져오는 두번째 이유는 허세다.
같이 사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냥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자신의 사냥 실력을 과시하고 자랑하기 위해서이며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할까? 그리고 너도 이렇게 잡을수 있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한다.
두번째 이유는 참 유치한 행동이지만 고양이다운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남자들의 힘자랑 같은 것이다. 자신의 사냥 실력을 과시하고 나를 무시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진 행동이다.
어쨋거나 내가 보지 않으면 계속 시끄럽게 울어댄다. 솔직히 바퀴벌레를 잡아오는게 제일 싫은데 바퀴벌레를 보고 내가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쓰다듬어 줄때까지 기다린다. 사실 고양이가 사냥해서 뭔가를 가져와 보여줄때 처음은 신기 했는데 이제는 좀 지겨워 졌다고 할까?
가끔 새를 잡아오면 놀랍기도 하지만 정작 내게 도움이 안되는 모기는 잡아준적이 없다.
이게 참 귀찮은 과정이지만 어쨌든 고양이가 사냥한 것을 저렇게 발 앞에 놔두고 보여줄때 관심을 표현해 주지 않으면 저걸 키보드 위에 올려 놓는다. 그래서 싫어도 어쩔수없이 반응을 해준다. 내 반응이 끝나면 보란듯이 내앞에서 먹어 치운다.
야웅군은 잔인한 놈이다. 바퀴벌레는 부숴지는 소리도 참 싫고 징그러운데 다리 몇개만 놔두고 먹어치운다.
고양이가 사냥한것을 가져다줄때 처음에는 야웅군이 나에게 보여주는 애정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2번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부탁해/고양이에관해] - 파리잡는 고양이...
[고양이를 부탁해/야웅군] - 파리를 잡아와 상납하는 고양이.
'고양이를 부탁해 > 야웅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은 고양이 야웅군의 일상 (6) | 2016.10.20 |
---|---|
쥐돌이 붙잡고 늘어진 야웅군 (4) | 2016.08.23 |
고양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6) | 2016.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