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나는 아침에 꽤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한국에서 그러면 좋을텐데 한국에서는 아침잠이 많아서 침대에서 빠져 나오는데 꽤 시간이 걸리지만 낯선 곳은 가면 잠은 잘 자는데 아침에 참 빨리 일어난다. 시차적응을 못한건 아니지만 빛이 제일 좋은 시간을 되도록이면 놓치지 않기 위함도 있다.
그러니까 사진을 찍기 좋은 빛이 나오는 시간 그때쯤이면 일어나 돌아 다니는데 보통 아침 해가 나오는 시간부터 3시간 그리고 오후 4시부터 일몰의 시간이 빛이 원래 참 좋은편이다.
아바네리의 이 시골마을 아침은 참 조용한 편인데 기온이 많이 떨어져 춥다. 어쩌면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나온 탓 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크게 볼거리도 없는 시골마을이라 캠핑장으로 돌아오다 추워서 농가에 불을 피워놓고 있길래 불쑥 들어가 그냥 같이 불을 쬐게 됐다.
한 낮은 그렇게 더운데 이 곳의 아침과 밤은 정말 춥다. 사진이고 머고 일단 몸부터 녹여야 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어서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곳의 가옥은 대문이 따로 없어 그냥 실례합니다 하고 집 앞 마당에서 불을 쬐고 있는 이들 가족의 자리에 끼어 들었다. 아 따뜻하다 여기에 커피 한잔이면 몸이 사르르 녹으면서 딱 좋을거 같은 분위기다.
불쏘시개는 소똥을 말려서 쓰고 있는데 의외로 소똥이 참 화력이 좋다는걸 느꼈다. 그러고 보니 이 동네에서 소똥은 참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몸이 녹기 시작하면서 날 별 거부감없이 자리에 앉혀준 그들에게 감사를 표현 했더니 이런저런 질문이 쏟아진다. 어디서 왔느냐 ??? 이름은 머냐 ??? 결혼은 했니 ??? 등등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여행하다 보면 느끼는건데 내 이름은 외국인들에게 참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인가 보다. 그리고 인도 사람인줄 알았는데 이들은 인도 사람이 아닌 파키스탄이라고 했다.
장난끼 많은 꼬마 여자애인지 남자애인지 사실 잘 구분이 안됐는데 이제 보니 이 친구들 다 맨발이다 헉!!! 속으로 좀 많이 놀란게 땅에 맺힌 이슬이 떨어져 축축하고 차가워서 맨발로 돌아다니기 어려운 곳인데 한 낮에는 여름과 같은 더위의 햇살이 쏟아지긴 하지만 아침과 저녁의 기온은 초겨울과 비슷해 맨발은 정말 힘들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을 쬐다 이야기를 나누는중 내게 담배를 권한다. 인도담배중 싸구려로 주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종이로 말아서 파는 담배를 피우는데 종이에 경고문구까지 있는데 맛은 별루다. 불 신세를 진 값은 해야 겠기에 이 담배는 돌려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 담배를 줬더니 아주 좋아한다. 같이 담배를 한대 피고 이들을 뒤로 한 채 캠핑장으로 돌아왔는데 이들 덕분에 아침 차가운 기운에 식은 몸을 잘 덥혀서 왔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저 담배 아주 맛 없다. 인도에서 돈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처럼 갑에 들어 있는 담배를 피운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집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중인 집 이었다. 뜻밖에 이 곳에서 인도의 장례식을 보게 될줄은 몰랐는데 이번 여행에서 인도의 장례식과 결혼식 둘다를 구경하게 된다. 우리식으로 시골인심이라고 하던가 농가에서 별 거부감없이 자리를 내주고 불도 쬘수 있게 환대해 준 아바네리의 농부들에게 일단 감사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현지인들에게 환대를 받을때도 있고 혹은 무관심일때도 있는데 이 곳 사람들 나 같은 여행자에게 참 친절했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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