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큰 스포일러는 없지만 그래도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 분은 창을 닫으세요.
김기덕 감독이 3년만에 제작한 영화 <풍산개> 각본과 제작을 했으며 촬영기간도 한달정도 제작비는 2억원정도 노개런티로 배우와 스텝들이 출연을 했다지만 요즘 한참 억억 소리나는 대작들 속에서 참 저렴하게 느껴지는 제작비다. 전재홍 감독은 오래동안 김기덕 감독 아래서 공부를 한 사람이라고 하니 감독은 김기덕이 아니지만 김기덕감독이 기존에 만든 영화와 그 느낌은 비슷하다. 사실 이 영화감독에 대해 알지 못하다가 이번에 처음 봤다.
김기덕감독의 기존 작품들이 그러했듯 인간의 내면성을 잘 보여준다면 이 영화 <풍산개>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주 독특한 소재에 남과북의 분단의 현실을 다루고 있으며 특이한 주인공들의 구성이다. 영화 포스터에 나와있듯 이 영화의 주인공인 윤계상은 남과북을 오가며 물건을 배달해준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3시간 물건의 종류는 상관없다. 사람도 운반한다. 비무장지대의 초소의 감시를 피해 철조망을 뛰어넘고 강을 건너서 남과북을 왕래하며 이산가족의 편지도 배달하고 때로는 남쪽가족의 영상을 담아 북쪽가족에게 전한다.
그리고 이번에 배달 맡은 일은 남쪽으로 월남한 북한측 고위간부의 여자를 평양에서 서울로 데려와야 한다. 전혀 말도 안되는 황당한 설정이지만 이 이야기속에 반세기 이상 분단된 대한민국의 현실과 아픔이 그대로 보인다. 국정원의 심부름으로 평양에서 여자를 데려오지만 되려 간첩으로 오인받아 국정원에서 고문을 당한다. 그리고 북파된 간첩들에게 잡혀서 이번에는 남파 간첩이라는 오해를 받아 또 고문을 받게 된다. "이쪽이냐 ? 저쪽이냐 ? 남이냐 ? 북이냐 ?" 영화속에 국정원 직원과 북한의 간첩들은 그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너는 어느 쪽이냐 ??? 마치 요즘 한국사회에서 좌파우파냐 어느쪽이냐 하는것처럼 여기에 윤계상은 아무 대답을 못한다.
그가 대답을 못하는 이유는 주인공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그냥 대한민국인거다. 풍산개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의 개다 그래서 그 냥 한국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영화에서 윤계상은 대사가 한마디도(?) 없다. 모든걸 얼굴과 몸짓 표정으로만 연기해야 하는데 뜻밖에 이제 가수였던 GOD 윤계상이 아닌 배우 윤계상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현실에서의 사랑과 아픔 이산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표정과 울부짖음으로 모든걸 이야기하고 있다. 풍산개가 윤계상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 모양이다. 풍산개에서 배우 윤계상이 보여주는 야성미 그리고 표정으로 표현하는 아픔의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다. 그가 다음에 어떤 영화를 선택할지가 참 궁금해진다. 사실 배우 윤계상이 나오는 영화중 기억에 남는 영화가 전혀 없는데 이번 영화로 배우 윤계상을 확실히 기억하게 될거 같다.
김규리는 순수하면서도 청순한 매력을 지닌 평양 여자 ‘인옥’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김규리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 그녀는 망명한 북한 고위간부의 첩이라고 할수있다. 윤계상을 따라 3시간만에 서울로 월남 말한마디 주고 받지 않고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질수 있을까 ? 남자가 여자에게 반할수있는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차피 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황당하며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저 예산 영화답게 화면에 웅장하거나 섬세하고 디테일하지 않고 돈 안들어간 느낌은 나지만 주연 두배우의 섬세한 연기와 말도 안되는 황당한 설정 그리고 간간히 웃음짓게 만드는 장면들 김기덕표 영화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전재홍 감독은 김기덕 감독과 비슷한 색을 가진거 같다. 이 영화 머라고할까 재미있다고 이야기하기도 그렇지만 지루하지도 않고 사람을 계속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김기덕표 영화의 매력이자 이번에 나온 두 주연배우의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는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거 같은 영화가 풍산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지만 어떤 블록버스터 같이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한다면 그것과는 처음부터 거리가 머니 보지마시길 권한다.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황당한 설정의 스토리 전개에 장면 전환도 매끄럽지 않고 이야기의 설정도 많이 억지고 돈 안들어간 영화다운 느낌이 나는 영화이다. 그런데 이 황당한 설정과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주연 배우와 조연들 스텝들이 온몸으로 때우며 이 영화를 포장해주고 있다.
너는 이쪽이냐 ? 저쪽이냐 ? 정말 현실에서도 참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영화는 두시간 동안 우리에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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