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발가락이 부러져 기브스를 하고 나니 고양이와 함께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와 이렇게 오랜시간을 함께 집안에서 보내는게 참 오랜만이기도 하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뼈가 부러진것도 처음이다. 그동안 내가 집에 없을때 고양이는 하루종일 잠만 자는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양이가 꽤 부지런히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 다닌다는것도 알게 되었다.
뭐 야웅군이 많이 돌아다니는건 아니지만 매일 앞뒤 베란다를 한바퀴 돌고 식탁위까지 순찰을 끝낸후 잠을 잔다.
사실 내가 기브스를 하고 온날부터 야웅군은 꽤 좋아하는 눈치였다. 뭐랄까 발에서 나는 꾸릿꾸릿한 냄새를 좋아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브스한 발은 씻지를 못하니 냄새가 강해지는거 같으니 점점 기브스한 발을 껴안고 딩굴고 비비고 한다.
그리고 내가 다리가 아파 제대로 쫓아다니질 못하니 눈앞에서 장난을 쳐도 이제 도망가지 않고 여유롭게 딩굴기까지 한다.
엊그제는 사람 보고 있는데 벽지를 발톱으로 좍 뜯어버리기 까지 OTL...
처음 며칠은 반기브스를 했는데 그후 발가락을 고정해 통기브스로 바꿨더니 목발 없이는 움직이는게 더 힘들어짐.
기브스를 하고 나니 씻는것도 불편하고 씻지 못하는 발은 가려우니 정말 고통이 온다. 야웅군도 이때는 걱정이 됐는지 작대기를 기브스 사이로 넣고 쑤시고 있는 나를 지켜보고 있다.
결국 철시로 된 옷걸이를 잘라 반창고를 끝에 감아서 발을 긁을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는데 발가락이 부러지면 발가락만 고정하면 될거 같았는데 통기브스를 왜 하는지 아직 이해가 안된다. 기브스를 하고 나서 제일 힘들었던게 발바닥과 발등이 가려웠던때라는 생각이 지금도 간지러우면 옷걸이를 쑤셔 넣어서 긁고 있지만 이거 정말 참기 어려운 고통이며 힘들다.
집에 있는 봉지를 모두 꺼내봤는데 완벽히 감쌀수 있는건 쓰레기봉투뿐 ㅜ.ㅜ
엊그제 처음으로 샤워를 했는데 기브스한 발을 제대로 감쌀수 있는게 다 뒤져봐도 쓰레기 봉투뿐이다. 거의 2주만에 해보는 샤워여서 그런지 정말 개운하고 시원하다. 물론 기브스를 하고 있는 발은 아직도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개운하다.
다리가 불편해지면서 외출을 못하니 요즘 대한민국의 배달 시스템은 정말 최고란걸 느끼게 된다.
일은 전화와 영상통화와 인터넷으로 하면서 체크해주고 장보기는 이마트에 배달을 예약하고 병원 갈때는 카카오택시를 부른다. 네트워크만 연결되어 있으면 정말 집안에서 모든일 처리가 가능한 세상임을 느낀다.
밥은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요즘 배달앱의 애용자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불편했던게 청소와 쓰레기 버리기 였는데 이건 인터파크의 청소도우미를 부르니 또 해결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고양이와 둘이 이 공간안에서 보내면서 고양이는 집안에서 나름 자기 영역을 개척하고 잠도 열심히 자지만 부지런히 다니는데 보통 오전은 베란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마 다들 그렇겠지만 고양이와 둘이 사는 사람의 경우 주인이 외출시 혼자 남은 고양이는 뭘할까 궁금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많을텐데 나 역시 밥먹고 자고 응가 보고 그런일 말고 하는게 더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잠도 많이 자지만 꽤 열심히 자신의 영역을 순찰을 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물건의 위치가 바껴 있으면 꼭 확인을 하고 머리를 문지르고 매일 똑같은 환경인데 꽤 반복적으로 같은 일을 한다.
특히 앞베란다에 창틀에 새들이 모여 있으면 한참을 그곳에 가서 새들과 꽤 오랜시간 대화(?)를 한다. 그리고 열어둔 창틈으로 벌레라도 들어오면 난리가 난다. 가끔이긴 하지만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책상 위에 파리가 놓여있던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야웅군은 의외로 벌레를 잘 잡기도 하며 잘 먹는다.
아직 2주는 더 기브스를 해야 하는데 요즘 잉여같은 격리생활에 고양이와 함께 익숙해지고 있는중 ~,~;;;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절대 아프지 마시길 ~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비를 야웅군과 함께 앉아서 지켜보며 주절주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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